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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_드라마] 블렛츨리 서클주관적인넷플릭스감상문/추천 2019. 5. 4. 13:30728x90
나는 블렛츨리 서클을 매번 블렛츌리로 외운다. 왜지. 이 드라마는 뛰어난 여성들이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이다. 전쟁은 똑똑한 사람을 모으고 그런 사람들에게 임무를 준다.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는? 하는 의문이 남는다. 앞에서 총과 칼을 들고 직접 전투에 뛰어든 사람들은 보인다. 저 사람이 전쟁에서 어떤 업적을 이뤘고 그의 희생이 얼마나 값진 것임을 모를 수가 없다. 그 사람들은 그 힘든 전투에서 무사히 살아돌아온 영웅들 이니까.
블렛츨리 서클의 주인공들도 그 전쟁에서 함께 싸웠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총과 칼 대신 펜과 종이를 들고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전투를 했다. 뛰어난 기억력으로 남들보다 빠른 분석력으로 독일군의 진로를 읽었고, 앞으로 있을 습격을 알아내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기밀이라는 이름하에 자신들이 했던 일들이 지워졌다.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말 할 수 없고 전쟁에서 어떤 임무를 했는지 발설할 수 없으며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간다.
나는 남들보다 머리가 뛰어나 본적이 없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지만, 드라마를 보면 아는 것 조차 말할 수 없을 때의 씁쓸함은 함께 느낄 수 있다.
시즌 1의 스토리를 이끄는 수잔은 옛 동료를 모으는 사람이다. 결혼 후 두 자녀의 엄마가 된 그녀는 전쟁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남편과 함께 산다. 사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녀의 삶에는 무료함이 느껴진다. 십자말풀이가 그녀가 유일하게 과거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도구같다. 그녀는 라디오와 신문에서 나오는 한정적인 자료를 토대로 살인범을 뒤쫓는다. 그리고 그 정보를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경찰에 제공하는데, 한정된 정보로 인해 첫 수사는 실패로 마감한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은 더 어려운 십자말풀이를 구해주겠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무지하다. 자신이 결혼한 상대가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자신의 부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 느껴져서 왠지 안타깝다. 내가 아는 사람이 내 모든 것을 알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비밀은 아니지만, 그 사소한 과거조차 말 할 수 없다면 조금 우울할 것 같다. 나는 수잔이 가족과 함께 나오면 특히 남편과 함께 있는 장면이 우울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것은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 실제로 그 부부는 행복했을지도 모르지. 결국 시즌 2에서 남편도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안타까운 캐릭터는 루시이다. 루시는 한번 본 모든 것을 기억한다. 전쟁이 끝나고 그녀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결혼한 것으로 나온다. 루시는 네명 중 가장 조용한 성격으로 보인다. 조용한 그녀가 지옥같은 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때라는 게 안타깝다. 나중에 루시가 그녀의 남편과 헤어지는 내용이 나왔을 때는 속이 다 시원 한 기분 이였다.
블렛츨리 서클은 우선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재능이 있는데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깝다.
블렛츨리 서클은 어둡고 우울한 삶 속에서 숨통같은 기분이 드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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